#2.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 문제 해결하기 vs 문제 없애기(안 풀릴때는 해결하지 말고 문제를 없애기)
문제점 : 애코프는 런던 운송 당국으로부터 러시 그 당시에 운행되던 빨간색 이층 버스 수는 전체 버스 정류장 수를 웃돌았는데,
그 때문에 버스들이 예정대로 나아가지 못해 수많은 운행 지연이 생겨났다.
각 버스에는 앞쪽에 운전기사가 있고, 뒤쪽에 운임을 받는 차장이 있었다.
운전기사 노조와 차장 노조 사이의 심한 갈등이 문제를 악화시켰는데, 운전기사 노조는 파키스탄인이 다수를 차지했고, 차장 노조는 인도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운전기사와 차장은 거듭되는 운행 지연과 병목 현상을 놓고 매일 서로를 탓하기 바빴다.
운전기사는 차장이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고 뒤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고, 그러면 차장도 지지 않고 앞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험악한 설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승객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해결책 :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즉, 기존의 시스템 설계의 매개 변수와 제약 조건 내에서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대도시의 러시아워 교통 문제의 경우에는 운행 간격의 미세 조정, 버스 운행 차로 추가, 신호등 변화 예측, 덜 혼잡한 경로로 승객 분산하기, 혼잡 시간대 요금 인상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문제를 완전히 녹여서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러셀은 차분하게 제안했다.
이 두 번째 방법은 상황을 재정의함으로써 문제를 그냥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러셀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는데, 런던 운송 당국에 러시아워에는 차장이 버스 뒤쪽에 타지 말고 각 버스 정류장에 서 있게 하라고 제안했다.
만약 정류장이 혼잡해 한 명의 차장으로 부족하다면 두 명을 배치하라고 했다.
그러자 운전기사와 차장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각 정류장에서 승객이 탑승하는 절차를 수십 배나 단축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문제가 그냥 사라져 버렸다.
나는 와튼스쿨에서 강연을 듣던 임원들이 그 당시 80대이던 러셀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면한 연금 위기를 해결하려면,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개혁이 필요하다.
즉, 은퇴 나이를 늦추고, 연금 수령액을 줄이고, 분담금과 세금을 올리고, 젊은 노동자의 이민 문턱을 낮추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연금 문제를 없애려면, 시스템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순차적 인생 모형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그것을 유연하고 가역적인 포스트제너레이션 인생 모형으로 대체하면, 우리는 그 문제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