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스로 행복하라(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무엇이든지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맑은 바람이 지나갈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함께 사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몫을 더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과 비리로 얽혀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개인이나 집단이 정서가 불안정해서 삶의 진실과 그 의미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차지하고 채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침체되고 묵은 과거의 늪에 갇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으로 열리는 통로다.
만약 나뭇가지에 묵은잎이 달린 채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 계절이 와도 새잎은 돋아나지 못할 것이다.
새잎이 돋아나지 못하면 그 나무는 이미 성장이 중단되었거나 머지않아 시들어버릴 병든 나무일 것이다.
소나무 향나무 대나무와 같은 상록수도 눈여겨 살펴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묵은잎을 떨구고 새잎을 펼쳐낸다.
늘 푸르게 보이는 것은 그 교체가 낙엽수처럼 일시적이 아니고 점진적이기 때문이다.
잎이 말끔히 져 버린 후박나무와 은행나무는 그 빈자리에 내년에 틔울 싹을 벌써부터 마련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바로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리듬일 것이다.
이런 리듬이 없으면 삶은 지루하고 무료하고 무의미해진다. 이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위대한 교사다.
그런데 유달리 우리들 인간만이, 특히 요즘의 우리들만이 자연의 질서를 등지고 거역할 뿐 아니라 도리어 파괴하려고 드는 데에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는 것을, 단순히 계절의 순환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비본질적인 삶의 부스러기들을 털고 버림으로써 본질적인 삶을 이룰 수 있다는 암시요 계시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