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에서 얻는 자연과 21세기 세대공존 이야기
시외버스
고속버스
마을버스
기차
택시
20년간 사랑했던 자가용과 일 년간 이별을 하고
이틀사이 백팩을 메고 난생처음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
가장 편한 건 마을버스였다.
5분이면 원하는 버스가 금세 오고, 도착지에 금세 내린다.
버스 안도 쾌적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걷게 되고
걸으면서 음악도 듣고
기다리면서 생각도 할 수 있었다.
해가 쨍쨍하고 바람도 간간이 불어오는 한국의 여름 날씨를 온몸으로 느껴본다.
오고 가는 사람들도 보면서 잊고 지낸 친척들, 선생님들, 어르신들 얼굴을 떠올려본다.
나는 여태껏 이런 자연의 변화도 모른 채
참 무심히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고
무미건조하게 일만 하며 재미없이 살았구나
퇴직할 때까지 이렇게 살게 됐음 24년의 여름을 기억할 수 있을까?
각자의 짊을 지고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을까?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을 보니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피곤에 찌든 학생들
양손 어린이 둘 데리고 타는 애기 엄마들
짐을 지고 느리게 움직이는 어르신들
멀리 한국에서 고생이 많아 보이는 외국인들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가깝게 마주했다.
가만 보면
나의 모습이고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어릴 적 엄마손 잡고 버스 타고 시장을 갔었고
가방이 터질 듯 무거운 교과서 책가방에 넣어 축 쳐진 파김치로 야자 끝나고 버스를 탔었다.
마우로 기옌의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책에서는
인생을 놀이, 공부, 일, 은퇴라는 네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친다는 개념을 설명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자연적이고 이상적이고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여겼다.
의무 교육, 임금에 기초한 고용, 연금 제도는 '인생의 네 단계 four stations in life"로 이루어진 순차적 인생 모형을 떠받치는 기반이 되었다.
대다수 국가의 헌법에는 미성년 어린이와 학생, 노동자, 은퇴자를 일반 시민과 구별해 그들을 위한 별도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인생의 네 단계 개념은 우리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기술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세대가 다 섞이게 됐다.
앞으로 노인이 사라질 거다.
지금껏 나이와 활동에 따라 사람들을 세대라는 범주로 분류하고
인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직선 경로를 제시했던 편견을 버려야 한다.
법적 문화적 조직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모든 형태의 명시적 암묵적 차별을 없애고
여러 세대가 학습과 일과여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체제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최대 10세대가 공존하게 될 멀티제너레이션 시대
나이와 세대가 완전히 사라질 미래를 준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버스를 타보고 한없이 느껴본다.
8월 햇빛이 이렇게 강했구나
그래도 가을이 성큼 오는구나. 나무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불어오니
그 자연 속에 사람들은 각자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공감의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