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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여행이고 여행이 독서다.

센스쟁이야 2025. 1. 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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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4학년 딸과 같이 외출을 한다는 건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한 만큼 어려운 일이다.
중2병이란 옛말이다.
사춘기 자아형성 과정 시작이 초4병으로 내려왔다.
예민해지고 불만이 많아지고 친구와 이성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
엄마 밥 먹는 모습, 엄마 외모, 말투까지 다 불만으로 표출하는 공격적인 시기.
과거에 비해 신체적 발육이 빨라져 외모는 고등학생과 비슷하다.
윤석열처럼 자기만의 요새를 지어 다가오지 마한다.

“따라가면 원하는 거 맛있는 거 사줄게”
“따라가면 원하는 거 다 사줄게
”따라가면 원하는 대로 해줄게 “

삼고초려 끝에 딸과 여행 시작
오늘의 여행지는 우리 동네 북구에서 서구까지 10km 코스다.
나는 순례길 트레킹이라 부른다.

겨울의 2시는 제법 따뜻하다.
햇살이 온실하우스처럼 우리 몸을 데워준다.
나는 옷과 모자 목도리 털장갑 다 무장했다.
딸은 패딩마저도 덥다고 후드티만 입었다.

먼저 불타는 붕어빵 발견
”엄마 붕어빵“ 다정하게 말한다.
슈크림, 팥, 초코맛 3개 천원 한봉지.
따뜻하고 빠삭하다.


한 시간 후 로터리에서 만난 스타벅스
“지윤아 커피 마시자” 내가 다정하게 말한다.
커피라테와 초코칩, 딸기케이크
걸음을 잠시 쉬게 한다.


영산강을 가로지른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다리라고 적혀있다.


영산강 어귀 갈대밭
갈대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딸이 찾은 강아지풀
“엄마. 초록색이 갈색 됐네”


”엄마 무안공항 사고 났는데도 비행기가 다니네. “
비행기가 파란 하늘 위로 잘도 다니다.


“엄마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 바바 “
“키다리 아저씨같아”



여행을 통해 뭔가 소중한 것을 얻어 돌아와야 한다는 관념은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여행은 언제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생일대의 고역이었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 머물지 못하고 타향을 헤매는 것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행한 운명으로 여겼다.
우리나라도 ‘역마살’이 나오면 불길하게 생각했다.

현대는 여행하면 즐거움과 해방감이 떠오른다.
노동과 수고, 고통 같은 의미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분 좋은 것.

해외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교통편이 발달하면서 여행에는 큰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여유가 안되면 우리 동네 순례길도 좋은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어디를 가냐 보다 누구랑 가냐가 더 중요하다.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도 좋다.
사랑하는 딸과 가니 더욱 좋다.
딸은 오늘 보고 듣고 온 것에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만들었다.
여행이 곧 독서구나.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독서가 여행이고, 여행이 독서다”라고 말한다.
책이 하나의 세계라면 독서란 여기와 저기, 장소와 장소들을 잇는 무수한 길들을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자가 낯선 풍물의 세계에서 만나는 발견의 황홀함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점
여정이 어떻든 간에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된다.
모두 자신의 내면과 마주치기 위한 여정이다.

여행은 결국 낯선 세계의 길들이 자신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그 속에서 ‘나’를 찾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