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5, 삼고초려, 와룡 일어나다>
사마휘가 빙그레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오직 공명만이 홀로 천하의 이치를 꿰뚫어보았소이다. 그 사람은 항시 자신을 관중이나 악의에 견주는데, 가히 그 재주를 헤이릴 길이 없소이다.”
최주평이 먼저 입을 연다.
“장군은 무슨 일로 공명을 만나려 하시오?”
현덕이 대답한다
“지금 천하는 크게 어지럽고 사방이 소란스러운 때를 당하니, 공명선생을 만나뵙고 천하를 안정시킬 방책을 구하려 합니다”
최주평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공이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잡으려는 것은 어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나, 자고로 난리를 평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상하다 하겠소
한고조가 뱀을 죽이고 의로운 군사를 일으켜 무도한 진나라를 주멸했으니 이는 어지러움을 다스린 것이요
그 후 애제, 평제에 이르기까지 2백년을 태평하다가 왕망이 반역을 했으니 이는 다시 평화로움에서 어지러움으로 옮긴 것이요.
광무제가 중흥하여 왕업을 바로 세웠으니 이는 다시 어지러움에서 평정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그뒤 오늘날까지 2백년 동안 백성이 평화를 누려왔는데, 또다시 사방에서 난리가 일어나니 이는 바로 평화로움에서 다시 어지러움으로 들어가는 때라
이를 일시에 바로잡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요
장군도 아시겠지만 예로부터 하늘을 따르는 자는 편안하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수고롭다 하지 않았습니까?
하늘의 운수는 이치로 뒤집을 수 없으며,
운명의 정한 바는 사람이 억지로 하지 못한다 했습니다.
공명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다.
세 사삼이 신야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서였다.
유현덕은 와룡 선생이 이미 댁에 돌아와 계신지 알고 떠날 채비를 했다
장비가 여전히 마땅찮아하며 한 마디 한다
“그까짓 촌부를 뭐하러 형님께서 몸소 찾아보려 하시는 거요? 사람을 시켜 불러오면 될 걸 가지고”
현덕이 꾸짖는다
“너는 맹자께서 하신 말씀도 못 들었느냐?
‘어진 사람을 찾아뵙는데 바른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방에 들어가려 하면서 문을 닫는 것이나 같다’고 했다
공명은 당대의 큰 현사인데 불러들이라니, 될법이나 한 소리냐?
와룡의 집앞에 이르러서는 동자에게 말한다
“선생께서 오늘은 댁에 계시냐?”
동자가 대답한다
“지금 초당에서 글을 읽고 계십니다”
현덕은 크게 기뻐하며 동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와룡선생은 최주평과 약속이 있어서 나가셨다고 한다.
흐르는 세월은 물과 같아서, 유현덕이 신야로 돌아온 뒤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현덕은 점치는 사람에게 명해 길일을 택한 다음, 사흘 동안 목욕재계하고 새옷으로 갈아입고서 다시 와룡강으로 공명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관우와 장비는 도무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여
“형님은 몸소 두번씩이나 찾아가셨습니다.
예의가 지나칠 정도입니다.
생각건대 제갈량은 허명만 높을 뿐 실제로는별로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며, 그래서 번번이 피하고 형님을 만나려 하지 않은 듯 합니다.
어째서 형님은 그런 사람에게 혹하셨습니까?”
장비의 말을 듣고 유현덕이 큰 소리로 꾸짖는다
“너는 그래 주의 문왕께서 강자아를 찾아갔을 때의 일도 모르느냐! 문왕같은 분도 현자를 그리 공경했는데, 네가 어찌 이렇듯 무례하게 군단 말이냐.
너는 이번에는 따라오지 말아라“
세 사람은 마침내 공명의 초려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렸다.
동자가 문을 열고 나오자 현덕이 말한다
“들어가서 유비가 선생을 뵙고자 한다고 여쭈어라”
동자가 말한다
“오늘은 선생님꼐서 계시기는 하지만 지금 초당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아직 여쭈지 말아라”
한참 후 공명은 낮잠에서 깬 후 “왜 진작 나를 깨우지 않았느냐? 내 잠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마”
유현덕이 말한다.
“바라건대 선생은 이 몸을 비천하다 버리지 마시고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사마휘 선생과 서서는 천하의 높은 선비요 저는 한낱 밭이나 가는 필부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감히 천하의 일을 논하겠습니까
두분께서 잘못 천거하신 게지요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을 버리고 보잘 것 없는 돌을 구하려 하십니까?”
유현덕이 공명에게 절하고 청한다
“내 비록 이름 없고 덕이 부족하지만, 원컨대 선생은 나를 비천하다 버리지 마시고 산에서 나와 도와주십시오. 이 유비는 마따이히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공명이 대답한다
“이 몸은 오랫동안 밭 가는 것을 낙으로 살아왔을뿐 세상사에 게으른 터라, 장군의 명을 받들 수가 없습니다”
현덕은 울면서 거듭 청한다
“선생께서 세상에 나오시지 않으면 억조창생은 장차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말로 하는데 흐르는 눈물이 옷깃과 도포자락을 적신다
현덕이 어찌나 간절히 청하는지 지켜보던 공명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다.
비로소 공명이 입을 연다
”장군께서 저를 물리치지 않으신다면 삼가 견마의 수고로 아끼지 않겠습니다“
유현덕은 크게 기뻐했다.
당장 관우와 장비를 불러들여 공명에게 절을 올리게 한 뒤, 시종을 불러서 가지고 온 예물을 바치게 했다.
공명이 굳이 사양하며 받으려 하지 않자 현덕이 말한다.
”이는 결코 어진 분을 맞아들이는 예로서 드리는 것이 아니요
그저 유비의 작은 마음을 표할 뿐입니다“
공명은 그제야 예물을 받았다.
아우 제갈균이 들어오자 공명은 조용히 당부했다.
“유황숙께서 이처럼 세번이나 찾아주신 뜻을 저버릴 수 없어, 나는 이제 집을 떠나려 한다.
비록 내가 없더라도 너는 남아서 논밭을 잘 거두어 황폐하지 않게 하여라.
내 공을 이루어 유황숙의 은혜를 갚는 대로 다시 돌아와 이곳에 은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