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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2. 대범한 관운장, 대사를 그르치지 않기 위해 웃으면서 화타에게 수술을 맡긴다.

센스쟁이야 2024. 7. 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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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무슨일로 왔느냐?"

"군께서 오른팔을 다치신 까닭에 적을 대하면 노기로 인해 상처에 좋지 못하고 적과 싸우시기에도 불편할까 두려워 저희가 의논했습니다.
잠시 형주로 돌아가 몸을 돌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관운장은 화를 낸다.

"번성을 취할 일이 바로 눈앞에 있지 않느냐.
번성을 점령하면 즉시 군사를 몰고 허도로 진격해 역적 조조를 섬멸하고 한나라 황실을 편안케 할 것이다. 어찌 조그만 상처 때문에 대사를 그르치겠느냐.
너희가 감히 우리 군사의 사기를 꺾을 셈이냐!"

관평을 비롯한 여러 장수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물러났다. 장수들은 관운장이 회군하려 하지 않고 상처는 차도가 없어 각처로 사람을 보내 명의를 수소문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한 사람이 강동에서 작은 배를 타고 와서는 곧바로 영채 앞에 당도했다. 군졸이 그 사람을 관평에게 데리고 갔다. 관평이 보니, 그는 머리에 방갓을 쓰고 소매 넓은 활옷을 입었으며 팔에는 푸른 자루를 걸고 있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패국 초군 사람으로 성은 화(華)요 이름은 타. 자는 원화(元化)라는 사람입니다.
천하의 영웅이신 관장군께서 이번에 독화살을 맞았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치료해드리러 이렇게 왔습니다."

관평이 말한다.
"그렇다면 지난날 동오의 주태를 고쳤던 그분 아니십니까?"
"그렇소이다."

관평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여러 장수들과 화타를 데리고 장중에 들어가 관운장을 뵈었다.
이때 관운장은 팔의 통증이 심하면서도 내색하면 군심이 흔들릴까 염려하여 파적 삼아 마량과 바둑을 두고 있다가 의원이 당도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관운장은 곧 화타와 인사를 나눈 다음 차를 대접했다. 화타가 차를 마시고 나서 말한다.

'상처를 좀 보여주십시오."

관운장은 웃옷을 벗고 팔을 내밀어 화타에게 상처를 내보였다. 화타가 살피고 나서 말한다.
"화살촉에 묻어 있던 독약 오두 줄기잎·뿌리에 독이 있는 약용식물)가 그대로 뼛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이팔은 못 쓰게 될 것입니다."

관운장이 묻는다.
"어떻게 치료하면 되겠소?"

"제게 치료법이 있긴 한데, 군께서 두려워하실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관운장이 웃으며 말한다.
"내가 죽는 것을 집으로 돌아가듯 여기는 터에 무엇을 두려워하겠소?"

화타가 말한다.
"먼저 조용한 곳에 기둥을 하나 세워 큰 고리를 박은 다음 군후의 팔뚝을 고리 속에 끼워 굵은 밧줄로 단단히 매놓고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뾰족한 칼로 살을 찌고 뼈를 드러내뱃속에 스며든 독을 긁어내고, 약을 바르고 바늘과 실로 살을 꿰매야만 비로소 무사할 것이옵니다.
일이 이러하니 군후께서 두려워하실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관운장이 또다시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쉬운 일에 기둥이니 고리가 무슨 필요가 있겠소?
"운장은 술상을 들여오게 하여 화타를 대접했다. 술을 몇잔 마시더니 마량과 다시 바둑을 두면서 팔을 뻗어 화타에게 맡겼다.
화타가 뾰족한 칼을 손에 쥐고, 군졸 한 사람에게 큰 항아리를 팔 밑에 대고 흘러내리는 피를 받도록 하고는 다시 말한다.

"이제 제가 손을 쓸 터이니 군후는 놀라지 마십시오."관운장은 바둑을 두면서 말한다.

"그대에게 맡겼으니 마음대로 치료하시오. 내 어찌 세간의 속인들이 아파하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하겠소."

화타가 드디어 칼을 잡고 관운장의 살을 쪘다.
보니 이미 뼈까지 푸르게 독이 퍼져 있었다. 화타가 칼로 뼈를 긁어내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뼈를 긁는 소리에 장막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겁에 질려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관운장은 계속 술을 마시면서 웃고 이야기 나누며 마량과 바둑을 두었다.
그 얼굴에 전혀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흘러내린 피가 항아리에 그득했다.
마침내 화타는 뱃속의 독을 다 긁어내고 그 위에 약을 바르더니 실로 꿰맸다.

관운장이 크게 웃고 일어나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이 팔을 움직이기가 전과 같고 통증도 사라졌소이다. 선생은 참으로 신의)올시다."

화타가 말한다.
"제가 일생 의원 노릇을 했지만 아직까지 이런 일은 겪은 적이 없습니다.
군후께서는 참으로 천신(天神)이십니다."후세 사람이 지은 시가 있다.

관운장은 화살 맞은 상처가 다 낫자 잔치를 베풀어 화타를 대접하며 사례했다.
화타가 말한다.
"군후의 상처는 비록 나았으나 모름지기 몸을 아끼시고 절대로 노기를 내지 마십시오. 그렇게 백일을 지내고 나서야 예전처럼 회복되실 것입니다."

관운장은 황금 1백냥을 내어 화타에게 사례하려 했다.
화타가 거절하며 말한다.
"저는 군후의 높으신 의기를 듣고 특별히 와서 고쳐드린 것이온데 어찌 보수를 받겠습니까?
그리고는 작별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