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삼국지 16. 유비의 죽음, 공명 이마를 땅에 짓찧으며 은혜에 보답한다.

센스쟁이야 2024. 7. 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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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속은 당대의 영재입니다."
선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짐이 보기에 마속은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앞서니 크게 쓸 인재는 아닌 듯하오.
승상은 깊이 살피시오."
공명에게 분부하고 나서 선주는 모든 신하들을 내전으로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붓을 들어 유조를 써서 공명에게 건네며 탄식하며 말한다.
"비록 짐이 글을 많이 읽지는 못했으나 대략의 뜻은 아오.
성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새는 죽을 때가 이르면 울음소리가 구슬퍼고, 사람은 죽을 때가 이르면 그 말이 착하다하였소.

짐이 본래 경들과 더불어 조적을 멸하고 한실을 함께 일으키고자 했으나 이제 불행히 중도에 이별하게 되었소.
수고롭지만 승상은 이 유조를 태자 선(禪)에게 전하여 깊이 명심하도록 해주시오.
부디 모든 일을 숭상이 잘 가르쳐주시기를 거듭 부탁하오."

공명 등이 엎드려 절하며 운다.
"폐하께서는 용체를 보존하소서.
신들이 견마지로를 다하여 폐하의 지우지은(자기의 인격이나 학식을 알아주고 후히 대해준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선주는 시종에게 명해 공명을 부축해 일으키도록 하고, 한 손으로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다른 손으로는 공명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짐은 이제 곧 죽을 것이오. 내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주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말한다.
"그대의 재주가 조비보다 배는 나으니, 반드시 천하를 안정시키고 대사를 이룰 수 있을 것이오.
앞으로 태자를 도울 만하거든 돕되, 태자가 그만한 그릇이 못 되거든 그대 스스로 성도의 주인이 되길 바라오."

공명은 선주의 간곡한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땀이 흐르고 손발이 떨려왔다.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려 울며 고한다.

"신이 어찌 고굉지신 힘을 다해 충절을 바치고 죽기로써 대를 로써 대를 이어 애쓰지 않으리까?"
말을 마치고 머리를 땅에 짓찧으니 공명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선주는 공명에게 자리에 앉도록 청하고 노왕 유영과 양왕 유리를 가까이 불러 분부한다.
"너희는 부디 짐의 말을 명심하라. 내가 세상을 떠나면 너희 세 형제는 모두 숭상대하기를 아버지 섬기듯이 하되, 조금도 태만해서는 안된다."
엄하게 당부한 뒤 두 왕으로 하여금 공명에게 절을 올리게 했다.
공명이 두 왕의 절을 받고 나서 말한다.

"신이 비록 간뇌도지(地)한다 해도 어찌 폐하께서 베푸신지우지은에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선주가 모든 신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짐이 경들 모두에게 일일이 부탁하지 못하오만 바라건대 모두 스스로 아끼시오."

말을 마치고 숨을 거두니, 유현덕의 나이 63세였다. 장무 3년(223) 4월 24일의 일이다.


선주가 세상을 떠나니 촉의 문무관원들 중에 슬피 통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공명은 여러 관원들을 거느리고 황제의 판을 받을 어모시고 성도로 돌아갔다.
태자 유선이 성밖으로 나와 영구를 맞아들이고 정전에 모셨다.
곡을 하며 예를 마치고는 유조를 펴 읽으니 다음과 같다.

집이 처음에 병이 들어 설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점점 잡병이 겹쳐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게 되었도다.
짐이 듣기로 사람의 나이 쉰이 넘으면 요절이라 할 수 없다 했거늘, 짐은 예순을 넘겼으니 죽은 무슨 여한이 있겠느냐.
다만 너희 형제를 염려할 뿐이니.
힘쓰고 또 힘써서 악한 일은 작더라도 하지 말며, 선한 일은 작더라도 부지런히 행하여라.
오로지 현명하고 덕이 있어야 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느니라.
너희들 아비는 먹이 부족하여 본받을 바 없으니 내가 죽은 후에는 승상과 더불어 일하되, 승상을 부모와 다름없이 섬기고 이에 조금도 태만하지 말아라.
부탁하고 또 부탁하노니 너희 형제들은 천하에 이름을 떨치도록 노력하고 애쓰라. 간절히 부탁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