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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20, 굳게 닫힌 남안성안에 하후무 잡기, 우리편 계략을 일부러 알게하여 방비하였을때 성안으로 들어가 잡는다

센스쟁이야 2024. 7. 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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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수들은 그 주위에 둘러서서 영을 기다렸다.

공명이 말한다.
"남안군은 참호가 깊고 성이 견고하여 공격하기가 어렵소.
우리의 목표는 이 성 하나가 아닌데, 그대들이 오랫동안 이곳에 매달려있다가 혹시라도 위군이 군사를 나누어 한중을 취한다면 우리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고 말 것이오."

둥지가 말한다.

"하후무는 위나라의 부마이니, 이 사람을 사로잡는 것은 적장 1백명을 베는 것보다 낫습니다.
더군다나 이곳에 갇혀 급박한 처지에 몰려 있는데 어떻게 그를 그냥 두고 이곳을 떠나겠습니까?"

공명이 말한다.
"내게 계책이 있소.
남안성은 서쪽으로는 천수군(天水郡)에 접해있고 북쪽으로는 안정군(郡)에 닿아 있는데, 그 두곳의 태수가 누군지 아오?"

정탐꾼이 답한다.
“천수 태수는 마준이고, 안정 태수는 최량입니다."

이를 들은 공명은 크게 기뻐했다.
곧 위연을 불러들여 계책을 일러주고, 다시 관흥과장포를 따로 불러 계책을 지시했다.
그리고 심복군사 두 사람에게도 별도의 지시를 내리니 그들은 각기 공명의 명에 따라 군사들을 이끌고 떠났다.

공명은 남안성 밖에 머물면서 군사들을 시켜 나무와 건초를 성 밑에 높이 쌓아올리게 하고 남안성을 불살라버리겠노라고 큰소리로 떠들게 했다.
성 위의 위군들은 이를 듣고 소리 내어 웃어댈 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편 안정 태수 최량은 촉군이 남안성을 포위하고 있고, 하후무가 그 성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당황하여 즉시 군마 4천명을 골라 안정성을 철저히 지키도록 명했다.
그러던 중에 홀연히 한 사람이 남쪽에서부터 급히 달려와 은밀히 보고할 일이 있다고 아뢰었다.

"나는 하후 도독의 심복장수인 배서라는 사람이오.
도독의 장령을 받들고 특히 천수와 안정 두 고을에 구원을 요청하고자 이렇게 왔소이다.
남안성의 처지가 워낙 급박하여 날마다 성 위에서 불을 올려 신호하며 두 고을에서 구원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에서도 구원군이 오는 기미가 없어 내가 이렇게 포위를 뚫고 달려와 고하는 바이니, 당장 군사를 일으켜 도와주시기 바라오.
두 고을의 원군이 당도하면 도독께서도 즉시 성문을 열어 도우실 것이오

최량이 묻는다.
“도독의 친서를 가지고 오셨소?"

배서는 품속에서 땀에 젖어 후줄근해진 서신을 꺼내 슬쩍 한번 보여주더니 급히 수하군사에게 영을 내려 말을 바꾸어타고 성을 빠져나가 천수로 향했다.
이틀이 안되어 다시 파발꾼이 와서 고하기를 천수군 태수는 이미 군사를 일으켜 남안을 구하러 떠났으니, 안정에서도 속히 군사를 보내 도우라는 것이었다.
최량이 관원들을 불러 대책을 상의하자 모든 관원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만일 구원하러 가지 않았다가 남안군을 잃고 부마 하후무까지 적군에게 붙잡혀간다면 안정군과 우리 군은 죄를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시 구원병을 보내십시오."

마침내 최량은 급히 군마를 점검해 남안성을 향해 떠났다.
성에는 오직 문관들만 남아 있었다.
최량은 군사를 거느리고 큰길을 따라 남안을 향해 달려갔다.
멀리서 치솟아오르는 불길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최량은 더더욱 군사를 재촉해 밤길을 달렸다.
정신없이 말을 달려 남안성으로부터 50여리쯤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앞뒤에서 큰 함성이 터져올랐다. 곧 정탐꾼이 와서 아된다.

"앞에서는 촉의 장수 관흥이 길을 막고, 뒤에서는 장포가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안정군의 군사들은 깜짝 놀라 넋을 잃고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최량 역시 크게 놀라 1백여명만을 거느리고 죽기로써 싸워 가까스로 적의 포위를 벗어났다.
샛길로 하여 겨우 안정군으로 돌아와 성밑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성 위에서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져내리는 가운데 촉장 위연이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친다.

"내 이미 성을 빼앗았으니 냉큼 항복하지 않고 뭘 꾸물대느냐?
"원래 위연은 촉군을 안정군의 군사로 꾸며 한밤중에 성문을 열게 하고는 일시에 점령해버린 터였다.
최량은 황망히 말을 돌려 천수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마장도 못 가서 한때의 군사들이 나타나 길을 막았다.
말을 멈추고 보니, 큰 깃발 앞에 한 사람이 윤건에 깃털부채를 들고 학창의를 입은 채 수레 위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최량이 공명을 알아보고는 급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려 했다.
이때 관홍과 장포가 양쪽에서 쫓아오며 소리친다. "속히 항복하라!"

촉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최량은 하는 수 없이 항복하여 촉군의 영채로 끌려갔다.
공명은 끌려온 최량을 상빈으로 대접하며 묻는다.

"그대는 남안 태수와 평소 가깝게 지내시는 사이요?"최량이 대답한다.
"남안 태수는 양부(楊)의 집안 아우 되는 양릉()입니다. 고을이 접해 있어서 서로 교분이 매우 두텁습니다."

"수고스럽지만 그대가 성으로 들어가 하후무를 사로잡자고 양롱을 설득할 수 있겠소?"



"승상께서 저를 보내실 작정이면 잠시 군마를 물려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성으로 들어가 설득해보겠습니다."

공명은 그 말에 따라 모든 군사들에게 즉시 영채를 20리씩 물려 세우라고 명했다.
이렇게 조처한 뒤 최량은 혼자서 말을 달려 남안성 밑에 이르렀다.
소리쳐 성문을 열게 하여 부중으로 들어가서 양롱과 인사를 나눈 다음. 자기가 온 까닭을 상세히 설명했다. 최량의 말을 듣더니 양릉이 말한다.

"우리들이 위주의 큰 은덕을 입었는데 어찌 그리할 수 있겠소? 오히려 장계취계 제갈량의 계책을 역이용하는 편이하여 낫겠소이다."

양릉은 하후무에게 최량을 데리고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양릉의 말을 듣고 나서 하후무가 묻는다.

"그대는 무슨 계책을 쓰려는 것이오?"

양릉이 말한다.

"성을 바치겠다고 속여서 일단 촉군을 끌어들인 다음 성안에서 모두 쳐 없애도록 합시다!"

최량은 그 계략대로 하기로 하고, 곧장 공명에게로 돌아가 미리 꾸민 대로 보고했다.

"양릉은 승상께 성을 바치기로 하고 승상께서 대군을 이끌고 들어가 하후무를 사로잡을 수 있도록 성문을 열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자기 손으로 하후무를 사로잡고 싶어도 수하군사가 많지 않아 경솔히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하더이다."

공명이 반갑게 말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오. 그대가 거느리던 항병(1백여명들 속에 촉장을 몰래 숨겨 안정군 군사처럼 성으로 들여보낸다음 하후무의 부중에 매복해두고, 양릉과 비밀리에 약속했다가 한밤중에 성을 열고 안팎에서 호응하면 될 것이오."

최량은 멈칫하여 급히 생각을 가다듬는다.

'만일 촉장을 데려갈 수 없다고 하면 공명이 의심할 터이니 우선촉장을 성으로 데려가 죽이고 나서 불을 올려 신호해야겠구나.
공명이 속아 성으로 들어오면 그때 죽이면 되겠지.'
생각 끝에 최량은 응낙했다.

공명이 당부한다.
"내가 믿는 두 장수 관홍과 장포를 그대와 함께 가게 하겠소. 그대는 구원병이 왔다고 하고 성안으로 들어가 먼저 하후무의 마음을 안심시키도록 하시오.
그러고 나서 불을 들어 신호를 보내면, 내친히 군사를 이끌고 성으로 들어가 하후무를 사로잡을 것이오."황혼녘이 되었다.
공명의 밀계를 받고 갑옷과 투구를 쓰고 말에 오른 관흥과 장포는 안정군 군사들 속에 섞여 최량을 따라 남안성 아래 이르렀다.
양릉이 성 위에 현공판 성루에 세워진 긴 판자로, 버팀목으로 들어올려 바깥을 살핌)의 버팀목을 들어올리고 호심란(적의 화살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성루에 세운 난간)에 의지해 성 아래를 내려다보며 큰소리로 묻는다. "어디서 온 군마들인가?"

최량이 소리쳐 답한다.
"안정군에서 온 구원병이오."

그러고는 먼저 신호의 화살을 성 위로 쏘니, 화살은 양통이 기대고 있는 호심란에 날아가 꽂혔다. 양릉이 화살을 뽑으니 밀서가 묶여 있었다.
지금 제갈량이 두 장수를 먼저 보내 성안에 매복시켜두었다가 안팎으로 호응하려 하니, 부디 경솔히 움직이지 말라. 계책이 누설될까 두려우니,
내가 부중에 들기를 기다렸다가 일을 도모하라.

밀서를 보고 나서 양릉은 즉시 하후무와 의논했다. 하후무가 말한다.

"제갈량이 이미 우리의 계책에 말려들었으니 이제는 근심하지 마시오.
우선 도부수 1백여명을 부중에 매복시켜두고, 두 장수가 최량 태수를 따라들어와 말에서 내리는 즉시 성문을 닫아걸고 그 두놈부터 쳐 없앱시다.
그런 다음 불을 올려 제갈량을 성으로 끌어들여서 매복해둔 도부수들로 하여금 일을 처리하게 하면 쉽게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양릉은 하후무의 말대로 준비를 마친 다음 성 위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안정군 군사라니 성문을 열어주겠다. 성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라."

입성하는데, 관총은 최량을 따라 먼저 가고 강포는 그 뒤를 따랐다.
양릉이 성 위에서 내려와 일행을 영접했다.
갑자기 최량 옆에 있던 관훙이 큰 칼을 번쩍 들어 내려치니 양의 목은 그대로 말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깜짝 놀란 최량이 급히 말을 돌려 조교(쪽으로 달아났다. 장포가 기다리고 있다가 막아서며 큰소리로 꾸짖는다.

'도적아 게 섰거라! 네놈들의 계략에 승상께서 속아넘어갈 줄 알았더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포의 창날이 허공에서 번쩍 빛나는가 싶더니 최량이 창에 찔려 말 아래로 고꾸라졌다.
관총이 성 위로 올라가 불을 올렸다.
이를 신호 삼아 사방에서 촉군들이 합성을 올리며 쏟아져들어왔다. 하후무는 미처 손 써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남쪽 성문을 열고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그러나 얼마 못 가 한 무리의 군사들이 앞을 가로막으니, 앞장선 장수는 바로 왕평이었다. 왕평은 말위에서 단번에 하후무를 사로잡았다.
이 싸움에서 하후무의 군사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공명은 곧 성으로 들어가 백성들을 위무하고 추호라도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군사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또한 모든 장수들로부터 각기 세운 공로를 보고받고 하후무를 수레 속에 가두어두게 하였다. 둥지가 묻는다.

"승상께서는 어떻게 최량이 속임수를 쓰리라는 걸 아셨습니까?"

공명이 말한다.

"나는 최량에게 항복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을 알고 있었소.
그래서 일부러 성안으로 들여보내 하후무에게 모든 것을 고하게 한 것이오.
그러면 그들이 반드시 내 계략을 역이용하려 들 것이라.
관홍과 장포 두 장수를 따라가게 하여 저들을 안심시켰소.
최량이 진심으로 항복할 마음이었다면 이를 거절했을 터인데 흔쾌히 함께 간 것은 혹시 내가 저를 의심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오.
일단 두 장수를 데려가 성에서 죽이더라도 늦지 않고, 또 그래야만 우리 군사들이 안심하고 들어오리라 판단했던 것이오.
내가 은밀히 두 장수에게 성으로 들어가는 즉시 최량과 양릉을 해치우라 명했으니, 적들이 성안에서 무슨 준비를 할 수 있었겠소?
그때 우리가 불시에 들이닥쳤으니 이는 저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을게요."

모든 장수들은 감복하여 일제히 절을 올렸다.

공명이 말을 잇는다.
"최량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은 심복 한 사람이 배서라는 이 몸의 위군 장수로 변장하고 안정군에 잠입해들어갔기 때문이오.
그를 다시 천수군으로 보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니 그 까닭을 모르겠소이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승세를 몰아 이제 천수군을 취해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