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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두려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언제쯤 그 두려움이 사라질까?
3년째인데도 마주하면 참 두렵다.
초록 매트는 평평하고 단정하고 푹신해서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그 위에 올려진 작디작은 골프공은 50킬로 넘는 거대한 나를 갖고 논다.
유대인 학살 게슈타포처럼 꼼짝 못 하게 한다.
두려움의 이유, 아직도 아이언과 우드 원리를 알다가도 잘 모르겠다.
10년 구력이 생기면 자신감 생길까?
육체는 왜 체득하지 못하는가...
어제 참 안 쳐진다 투덜대면서 골프공과 40분째 씨름하던 중
뒤에 아저씨가 보다 보다 답답하셨는지 한마디 툭 하신다.
“어깨 힘 빼요”
“예?”
“어깨가 로보트잖아. 힘 빼요.”
“예 감사합니다”
그러자 조금 뒤 아저씨 내 앞에 오셔서는 말을 놓는다.
“공치고 잡으러 가지 마.
공은 캐디가 찾아와.
내 앞에 공만 치고 팔 쭉 뻗고 천천히 돌아 “
시킨 대로 힘 빼고 최대한 공치고 돈다 했더니
‘퍽’했던 공이 ‘핑’하고 날아간다.
뒤에 아저씨 “굿 샷” 하신다.
”봐봐. 우아하고 아름답잖아 “
오늘 같은 시간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고 아저씨를 보러 골프장에 갔다.
어제 알려준 데로 다시 쳐보니 그 어느 때보다 잘 쳐진다.
신난다.
어제 같은 자리로 체크인 했다.
혹시 오시나 뒤돌아 봤는데 끝내 오지 않으셨다.
공치던 중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수시 합격 발표날, 재수생 아들 합격 소식을 전해주길 바랐는데
불합격 소식을 전했다.
안타깝다.
“친구야 힘내. 정시 준비 잘해”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다시 골프에 열중.
추적추적 겨울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눈 오는 골프장 운치 있다.
“공은 캐디가 찾아와. 쳐다보지 마”
어제 아저씨 조언이
‘결과는 보지 마. 과정만 신경 써’로 들리고,
“어깨 힘 빼” 는
‘잘 살려고 욕심내지 마 그냥 즐겨’라고 들렸다.
전화 온 친구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다.
행복은 아저씨 말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에 있다.
아저씨 내일은 오실까?
갑자기 잘 쳐지면서 골프가 더더욱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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