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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3, 스페인 너는 자유다> 기쁜일이든 슬픈일이든 머릿속에서 쿨하게 생각하는 법 - 길지 않다. 일시적일 뿐

by 센스쟁이야 2024.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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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과 최고만을 찾다가 더 이상의 도전도, 실패도, 변화도 없는 '죽은 삶을 사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나는 두려움과 망설임을 누르고 마치 번지점프를 하는 마음으로 운명이라는 끈에 나를 맡기고 떠났다.
스페인에서의 1년이 나의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의 내 자리로 돌아왔고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여전히 '손미나'이고 한국인이고 아나운서이고 30대 초반의 싱글이다.

내 인생에 드라마틱한 변화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1년간의 여행이 나의 인생을 뒷걸음질 치게 하지도 않았다.

그 여행이 내게 가져다준 것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아니었다.

10년 전 미스터 디엠과의 우연한 만남이 젊은 날의 나에게 무한한 용기를 주었듯

이번에 스페인에서 1년간 내가 겪었던 일들과 그곳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후로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 앞에 놓여 있던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가 택하지 않은 그 길을 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을 알 수 없듯이,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의지대로 선택한길을 감으로써
나의 꿈과 나의 인생을 내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떠나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나의 젊은 날을 돌아보는 시기가 왔을 때 분명 가슴을 치며 후회했을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엔 늦었다고 느껴졌던 그때야말로,

실패한다 하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기였음이 분명할 테니까.

나 자신에게 선물했던 소중한 한때를 함께 해준 나의 친구들과 나는 각자가 선택한 길에서 이미 또 한 조각의 꿈을 디자인했다.

나처럼 아나운서 생활을 하다 1년간 휴식과 공부를 위해 석사 과정을 밟았던 조아낀은 CNN 스페인의 앵커가 되었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같이 했던 마우리찌오는
얼마 전 유럽 내의 저명한 다큐멘터리 공모전에서
콜롬비아 청소년들의 마약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랑프리를 차지해
카탈루냐 방송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글로리아와 레안드로는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어 같이 집을 구해 살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다른 동기생들도 방송국 PD로 혹은 신문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로베르또와 마누엘은 한국에 다녀가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마르따와 다비드의 아기 마리아는 얼마 전 첫돌을 맞았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소망해 오던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낸 우리 모두는 인생의 커다란 선물을 얻었다.

내가 선택했던 길을 후회 없이 열심히 달려갈 수 있도록 내 운명에 찾아와 준 나의 친구들,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고 힘을 실어주신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특히 세심한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출판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손미나 씨는
스페인 여행을 통해 행복의 자동온도조절장치를 높였다 생각한다.

김주환 <회복탄력성> 책을 보면
<대니엘 길버트 하버스교수의 실험>이 나온다.

지금 원하는 것만 이루면 상당히 행복해질 것 같은 착각 말이다.
대학 입학만을 바라는 고3 수험생들,
고시원에 틀어박혀와신상담하는 고시생.
임원 승진을 앞둔 회사원,
장군 승진을 앞둔 군인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구애하는 젊은 남녀들,
로또 당첨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만 이루어지면 영원히 행복할 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길버트 교수는 이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되든 얻지 못하든 간에
우리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선거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대단히 행복할 것이고,
반대편의 후보가 당선되면 아예 한국 땅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모두 선거의 결과가 자신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단히 행복할 것이라고 부시의 지지자들은 믿었는데,
선거가 끝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원래 행복 수준으로 복귀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도 않았고 떨어졌다고 해서 더 불행해지지도 않았다.

불행한 일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행복 수준도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역시 사고 직후에는 커다란 불행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은 인생에 일어나는 어떠한 사건들에 의해
나의 행복이 결정되리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18세에서 60세에 이르는 성인 남녀 수백 명을 20년 간 지속적으로 연구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저마다 일정한 기본적 행복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했을 때,
혹은 결혼이나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그 불행감이나 행복감의 효과는 모두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일시적인 행복감 혹은 불행감에 젖었다가는
다시 본인의 고유한 행복의 기본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길버트 교수가 여러 연구를 통해 일관되게 발견한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든 스포츠 경기의 승부 결과든 애인에게 차이든,

어떤 일이든 간에 그것이 우리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력은
당장에는 상당히 실제적이고 강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작고 빠르게 지나가는 일이 되어버린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곧 다시 자신의 본래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강한 탄력성을 지녔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행복의 자동온도조절장치'라 부른다.

원래 밝고 명랑한 사람은 이 기본 수준이 높고,
우울하고 침울한은 기본 수준이 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기본 수준을 중심으로 좋은 일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더 행복해지고
나쁜 일이 있으면 더 불행해지지만,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기본 수준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행복의 기본 수준 baseline of happiness을 끌어올려야 한다.
긍정적 정서의 훈련을 통해
긍정적인 뇌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바로 이 행복의 기본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