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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삼국지 13. 계책에 걸려든 관운장,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싸운다

by 센스쟁이야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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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明, 여몽의자)의 병은 꾀병이지 정말 병이 난 것이 아닙니다.
"백언의 좋은 처방을 제발 어서 가르쳐주오."육손이 웃으며 나직하게 말한다.

"자명의 병은 형주의 정돈된 군마와 강기슭에 마련된 봉화대로 인해 생긴 병이오. 내게 한가지 계책이 있으니 강기슭을 지키는 적들이 봉화를 올리지 못하게 하고 형주 군사들로 하여금 꼼짝없이 여몽이 깜짝 놀라며 사례하여 말한다.

"백언의 말이 내 가슴속을 꿰뚫어본 것 같구려. 원컨대 그 좋은 계책을 들려주시오."

"운장이 스스로 영웅이라 믿고 자신을 대적할 자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직 염려하는 사람은 장군뿐이오.
장군은 이 기회에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육구를 관장하는 소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시오.
그러고는 그 사람으로 하여금 비굴한 말로 관운장을 칭송하게 하면 교만한 마음이 생긴 관운장은 필시 형주 군사를 모두 거두어 번성을 칠 것이오.
이렇게 하여 아무 방비가 없을 때 기묘한 계책을 써서 습격한다면 일려(一, 5백명의 군사)의 병력만으로도 형주는 손쉽게 장악할 수 있소이다."


관운장은 깜짝 놀랐다.
"형주는 이미 여몽의 손에 함락되었고, 장군의 가족들도 적군에 사로잡혀 있다 합니다."

관운장이 깜짝 놀라 감히 양양으로 가지 못하고 군사를 돌려 공안으로 향했다. 이때 앞서 보냈던 정탐꾼이 돌아와 보고한다.
'공안을 지키던 부사인이 동오에 항복했습니다."

관운장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데, 이때 또한 군량을 재촉하러 갔던 사람이 돌아와 고한다.
'공안을 지키던 부사인이 장군의 명을 받고 남군에 갔던 사자를 그 자리에서 참하고, 미방에게 권유해 두 사람 모두 동오에 항복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노기가 치받친 관운장은 거의 나아가던 상처가 터지면서 쓰러져버렸다.
여러 장수들이 황급히 구완해 겨우 깨어난 관운장은 사마 왕보를 돌아보며 한탄한다.

"내 그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이네. 오늘날 과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관운장이 깊이 탄식하고는 묻는다.
"강기슭에서는 어찌하여 봉화를 올리지 않았다더냐?"정탐꾼이 대답한다.

"여몽이 노젓는 군사들 모두에게 흰옷을 입혀 객상처럼 꾸며 강을 건넌 다음, 배 안 깊이 매복시켜둔 정예병들로 하여금 먼저 봉화대를 지키는 군사들부터 사로잡게 했기 때문에 봉화를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관운장은 발을 구르며 한탄한다.
"내가 간특한 적들의 꾀에 빠지고 말았구나. 이제 무슨 면목으로 우리 형님을 뵙겠느냐!"



유봉의 거절에 크게 놀란 요화는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간절히 애원한다.
"그렇다면 관공은 끝장이오! 부디 위급한 처지에 몰려 있는 관공을 도우시오."

옆에 있던 맹달이 말한다.

"지금 우리가 간들 뭐가 달라지겠소? 한잔의 물로 어떻게 한 수레의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끌 수 있겠소?
장군은 속히 맥성으로 돌아가 촉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소."

요화가 통곡하며 애걸했으나, 유봉과 맹달은 소맷부리를 떨치고 일어나더니 그대로 들어가버렸다.
일이 안될 것을 깨달은 요화는 결국 한중왕에게 고하고 구원을 청하고자 나는 듯이 산성을 나섰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홀로 소리 높이 외친다.

"유봉, 맹달아! 천하에 의리를 모르는 나쁜 놈들아!"

요화는 급하게 성도를 향해 말을 몰았다.

한편 관운장은 맥성에서 밤낮없이 상용의 원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원군은 오지 않고 요화마저 소식이 끊어졌다. 수하에 남은 군사라고 해야 5~6백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나마 태반이 부상을 당한 형편이었다.
그들을 치료할 약도 먹일 양식도 끊어져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초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에 수하군사가 들어와 고한다.

"어떤 사람이 성 아래 와서 화살을 쏘지 말라고 하며 군후를 뵙고 싶다고 합니다."
관운장이 성문을 열고 안으로 들이라 해서 보니 바로 제갈근이다. 관운장과 제갈근은 서로 예를 갖추어 절하고 함께 차를 마셨다. 제갈근이 말한다.

"오후의 특명을 받고 장군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자고로 '때를 알고 행하는 사람이 준걸이라 했소이다.

장군께서 지난날 다스리던 한수(漢) 일대의 아홉 고을이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고 오로지 이 고성(城)만 남았는데, 안으로는 군량과 양초가 없고 밖으로는 도와줄 원병이 없으니 위기가 조석으로 급박해지고 있소.
상황이 이러한데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이 제갈근의 말을 듣지 않으시오?
우리 오후께 귀순하신다면 다시 옛날처럼 형주·양양을 다스리며 가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오. 원컨대 군후께서는 심사숙고하십시오."

제갈근의 권유에 관운장이 잘라 말한다.

"나는 해량(解)의 일개 무부에 불과하오. 한중왕께서는 그런 나를 손발처럼 대해주셨거늘 어찌 사내대장부가 의리를 배반하고 적국에 귀순할 수 있겠소?
성이 함락되면 나는 더불어 죽을 것이오. 옥을 깨뜨릴 수는 있어도 그 빛을 바꿀 수는 없으며 대나무는 태워버릴 수 있어도 그 절개만은 빼앗을 수 없소.
비록 내 몸은 썩어 백골마저 없어진다 해도 이름은 죽백(竹, 역사의 기록, 사서)에 남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