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맹획은 축융부인·대래동주·맹우 등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문득 한 사람이 장막으로 들어와 맹획에게 말한다.
"승상께서는 서로 대면하기 낯부끄러우니 대왕 보기를 원치 않으신다 하십니다. 특히 저에게 대왕을 풀어주라 하시며, 대왕께서는 다시 인마를 거두어 승부를 가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대왕은 속히 돌아가십시오."
맹획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일곱번 사로잡아 일곱번 놓아주는 일은 자고로 없었을 것이니
내 비록 왕의 은덕을 받지 못한 몸이나 예의는 조금 아오. 어찌 그토록 염치 없이 하겠소?"
맹획은 마침내 형제, 처자와 그 일족들을 거느리고 공명의 장막 앞에 엎드려 육단사죄(매를 때려달라고 웃통을 벗고 사죄함)하며 고한다.
'하늘 같은 숭상의 위엄에 우리 남방 사람들은 다시는 반역하지 않겠습니다!"
공명이 묻는다.
이제 참으로 그대가 항복을 하겠느냐?"
맹획이 울며 말한다.
"자자손손 살려주신 숭상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겠습니까?"
공명은 몸소 내려가 맹획의 손을 잡고 장막의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
그리고 즉시 잔치를 베풀어 경축하며 말한다.
'영원히 그대를 동주로 삼고 빼앗은 땅을 모두 돌려줄 터이니 잘다스리시오."
공명의 처사에 맹획의 일족과 만병들은 크게 감격하여 모두 기뼈 날뛰며 돌아갔다.
장사비의가 공명을 찾아와 간한다.
"승상께서 친히 군사를 이끌고 이 불모의 땅에 깊이 들어와 남방을 평정하여 드디어 만왕이 항복했는데, 어찌하여 따로 관리를 두어 맹획과 함께 지키도록 하지 않으십니까?"
공명이 대답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세가지 어려움이 있소.
우리 관원을 머물게 하려면 마땅히 군사들도 주둔시켜야 하니, 그들이 먹을 식량을 마련하는 것이 그 어려움의 하나요.
또 이번에 우리가 많은 만인을 상하게 하고 그 아비와 형제들을 죽였는데, 만일 관원만 두고 군사를 두지 않으면 반드시 화가 생길 것이니. 이것이 두번째 어려움이오.
마지막으로, 만인들은 누차에 걸쳐 자신들의 왕을 폐하고 죽여버렸는데, 이렇듯 서로 시기하고 의심이 많은 터라 외지인을 끝내 믿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세번째 어려움이오.
지금 내가 이곳에 관리를 두지 않고 양식을 운반하지 않으면 서로 무사히 지낼 수 있을 것이오."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 깊이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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