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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삼국지 #7, 고육지계, 연환계, 공명은 칠성단에서 동남풍을 빌고 적벽대전 시작>

by 센스쟁이야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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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계략을 가지고 어찌 기이하다 하겠습니까?"
주유는 공명과 함께 술을 마시며 말한다.

"어제 주공께서 사람을 보내 속히 출병하라고 재촉하시는데, 아직 이렇다 할 계책이 없으니, 부디 선생께서 가르침을 주시오"
공명이 다시 겸손하게 대답한다.

"보잘것없는 재주뿐인데 어찌 묘한 계책이 있겠습니까?" 주유는 공명 옆으로 가까이 자리를 옮기며 은근하게 말한다.
"내가 조조의 수채를 보니 법도가 엄격하고 정연하여 쉽게 공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속으로 한가지 계교를 생각하긴 했는데 적절한 방도인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부디 선생께서는 나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먼저 말씀하시지 말고, 우리 각기 손바닥에 계책을 써서 서로의 뜻이 같은지 한번 보기로 합시다."

주유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붓과 벼루를 가져오게 해서는 자신이 먼저 손바닥에 안 보이게 글자를 적고,
공명에게 붓을 주며 쓰라고 권한다. 공명이 가만히 한 글자를 쓴 다음, 두 사람은 가까이 앉아서 각각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들은 서로 상대의 손바닥에 씌어 있는 글자를 보고 크게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손바닥에 불 화(火)자를 써놓았던 것이다. 주유가 말한다.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이 같으니, 이제는 다시 의심할 게 없소이다. 부디 누설하지 마시오"
공명이 대답한다.

우리 두 집안의 공사(公)를 어찌 누설하겠습니까?
내 생각에는 조조가 비록 두번이나 우리 계책에 속아넘어갔으나 아직도 아무런 방비를 안하고 있소이다.
도독께서 마음껏 행하여도 공을 이룰 수 있을 듯합니다."



노숙이 답답해서 묻는다.
"선생은 왜 웃기만 하십니까?"

공명이 그제야 입을 열고 대답한다.

"주유가 계략을 쓰는 것을 공께서 모르니 답답해서 웃은 것이오
너른 강이 펼쳐 있어 서로 염탐꾼이 오갈 수 없으니.
조조가 채중과 채화로 하여금 거짓항복하게 하여 기밀을 탐지해오라고 우리 군중에 보낸 것이오.
주유는 이를 알면서도 장계취계하여 바야흐로 저들을 시켜 우리 소식을 전하게 하려는 것이라오.
원래 병사에는 속임수가 있게 마련이니, 주유의 계책이 옳소이다."
노숙은 그제야 깨닫고 돌아갔다.

황개가 결연히 말한다.
"만일 도독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해보겠습니다." 주유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오. 그대가 큰 고통을 겪지 않으면 결코 저들이 믿으려 하지 않을게요"

"나는 손씨 집안으로부터 두터운 은혜를 받은 몸이오.
비록 간뇌도지(地)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유가 일어나서 황개에게 절을 올리며 말한다.

공이 만약 이 고육지계(苦)를 행해준다면, 우리 강동으로서는 참으로 천만다행한 일일 것이오."

황개는 마주 절하며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설사 죽는대도 맹세코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고육지계를 쓰지 않고서 어찌 조조를 속일 수 있겠소?
이제 황개로 하여금 조조에게 거짓항복하게 할 것이고, 채중과 채화로 하여금 이 일을 조조에게 알리도록 할 것이오.
그대는 주유에게 행여내가 그의 계교를 다 알더라고 하지 말고, 오히려 도독의 무정함을 원망하더라고만 하십시오."

오늘 황개를 그리 모질게 대한 것은 사실 계략이었소이다.
고육지계를 써서 우선 황개로 하여금 거짓항복을 하게 하고, 조조를 속여 화공으로 친다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오."
노숙은 마음속으로 새삼스레 공명의 높은 식견에 탄복했다.
그러나 공명이 당부한 대로 그 사실을 주유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때 방통은 이렇게 말했다.

'조조 대군에게는 반드시 화공을 써야 하는데, 큰 강물 위에서는 배 한척에 불이 붙었다고 해도 나머지 배들이 모두 흩어져버리고 나면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오.
이럴 때는 연환계(적에게 첩자를 보내 계교를 꾸미고 그사이 자신은 승리를 얻는 게책)를 써서 모든 배들을 한데 붙들어매놓은 다음에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오."

노숙이 이 말을 그대로 주유에게 전하자 주유는 그 의견에 깊이 감복하여 말했다.



술이 여러순배 돌았다. 방통이 취한 체하고 한마디 묻는다.
"군중에 용한 의원은 있는지요?"

조조가 되묻는다.
"무슨 일로 의원을 찾으십니까?"

"수군에는 워낙 병이 많이 도는 법이라, 용한 의원이 꼭 있어야 합니다."

마침 조조의 군사들 중에는 물과 흙이 맞지 않아 구토하는 병에 걸려서 죽는 이가 적지 않았다.
조조는 그 일로 매우 근심하던 중이라 방통의 말을 듣고 나니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앓는 이가 많은데, 무슨 좋은 수가 없겠는지요?"
"승상께서 수군을 교련하시는 법이 오묘하나, 한가지 부족한 게 있어 온전하지 못한 게 애석하오."

조조가 궁금하고 답답해 거듭 묻는데도 방통은 쉽게 말문을 열지 않았다.
조조가 계속 간청하자.
그제야 방통은 비로소 입을 연다.

"내게 한가지 계책이 있으니, 승상께서 그대로만 하신다면 군사들이 병에 걸리지 않고 싸워서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조조는 회색이 만면하여 급히 청한다.

"부디 그 묘책을 좀 들려주시지요."
방통이 천천히 대답한다.

"큰 강물 위로 조수가 밀려오고 밀려가고 게다가 풍랑이 쉴새없으니,
배 타는 데 익숙지 못한 북쪽 군사들이 이리저리 몸이 흔들려 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노릇입니다.
그러니 큰 배 하나에 작은 배 30척이나 50척을 한 묶음으로 하여 뱃머리와 꼬리에 쇠고리를 달아 연결한 다음 그 위에 넓은 판자를 깔아놓으면,
사람들은 물론 말까지도 달릴 수 있고 또 풍랑이 일거나 조수가 드나들어도 두려울 게 없을 것입니다."

방통의 말을 듣고서 조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례한다
"선생의 묘책이 아니라면 어떻게 동오를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어리석은 소견이니 승상께서는 재량껏 하십시오."
조조는 즉시 영을 내려 대장장이를 불러다 밤새 쇠고리와 큰 못을 만들게 하여 전선을 모두 연결해놓았다.
이 소식을 들은 군사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정욱이 말한다
전선을 모두 쇠사슬로 묶어놓아 편하기는 합니다만, 만일 저들이 화공을 쓰는 날에는 피하기 어려우니 방책을 세워두셔야 합니다”

조조가 큰소리로 웃는다.
조조는 대답한다
무릇 화공을 쓰려면 반드시 바람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지금같은 한겨울에 서풍과 북풍만 있을 뿐, 어디 동풍과 남풍이 불겠는가? 우리는 지금 서북쪽에 있고 저들은 남쪽에 있으니, 만일 저들이 화공을 쓰게 되면 오히려 자기 군사들이 불을 뒤집어쓸텐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랴. 만약 지금이 10월이라면, 나도 미리 방책을 세웠을 것이다."

조조의 설명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감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