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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삼국지 21. 공명이 강유를 얻다, 공명이 펼친 계략 - 모친 공격, 돈줄 차단, 모함(내분)

by 센스쟁이야 202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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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은 관흥에게 누구의 군사인지 알아오게 했다. 관홍이 돌아와서 아뢴다.
"바로 강유의 군사입니다."

공명이 탄식한다.
"군사가 많다 해서 능사가 아니니 사람이 쓰기에 달린 것. 과연이 사람은 훌륭한 인재로다!"

공명은 군사를 거두어 영채로 돌아와서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 뒤 안정 사람을 불러 묻는다.

"강유의 모친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안정 사람이 대답한다.
"아직 기현에 살고 있습니다."

공명은 즉시 위연을 불러 분부한다.

"그대는 한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허장성세로 기현을 취하려는 것처럼 하시오.
그리고 강유가 오거든 그냥 입성하도록 내버려두오"

공명은 다시 안정 사람에게 물었다.
"이 근방에서 가장 요충지가 어딘가?"안정 사람이 대답한다.

"천수의 돈과 식량이 모두 상규(上)에 있습니다.
상규를 치면 천수의 양도 군량 운송로가 저절로 끊어질 것입니다."

이를 들은 공명은 크게 기뻐했다.
즉시 조자룡에게 한무리의 군사를 거느리고 상규를 치게 하고 자신은 천수성에서 30리쯤 떨어진 곳에 영채를 세웠다.
이 일은 정탐꾼에 의해 즉시 천수군에 보고되었다.

'촉군이 셋으로 나뉘어 한무리의 군사는 그대로 천수성을 지키고 다른 한무리의 군사는 상규를 치고, 나머지 군사는 기현으로 달려갔다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강유는 울면서 마준에게 칭한다.
"제 어미가 지금 기성에 있는데 촉군이 그곳을 친다면 제 노모께서 어찌 무사하시겠습니까?
제게 한무리의 군사를 주신다면 기성도 구하고 더불어 노모도 구하겠습니다."

마준은 강유에게 3천 군사를 주고기성으로 가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양건에게도 3천 군사를 내주어 상규를 지키게 했다.

강유는 군사를 재촉해 기현 가까이 이르렀다.
문득 앞쪽에서 한떼의 군사들이 나타나 길을 막는데, 바로 촉의 장수 위연이었다.
위연은 급히 당도한 강유를 맞아 몇합 싸웠으나 점차 칼쓰는 솜씨가 무뎌지더니 문득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강유는 위연을 추격하지 않았다.
군사를 몰아 곧장 성으로 들어가더니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는 어머니부터 찾아뵈었다.
그뒤로 강유는 성을 굳게 지킬 뿐 나와 싸우려 하지 않았다.
그 무렵 조자룡 역시 군사를 이끌고 온 양건에게 길을 내주어 상규성으로 들어가게 했다.
이때 공명은 남안군으로 사람을 보내 감금해두었던 하후무를 데려오게 했다.

공명이 하후무에게 말한다.
"너는 죽는 것이 두려우냐?"

하후무는 황망히 땅에 엎드리더니 목숨을 구걸했다.

공명이 맡을 잇는다.
"지금 천수의 강유가 기현을 지키고 있다.
사람을 시켜 편지를 보내왔는데 오로지 부마만 살려준다면 투항하겠다는구나.
내 너를 살려보낼까 하는데, 네가 강유를 설득해 데려올 수 있겠느냐?

"하후무는 기뻐 어쩔 줄 모르며 대답한다.
"반드시 설득해 데려오겠소이다."

공명은 하후무에게 새옷 한벌과 말안장을 내주었다.
그리고 아무도 함께 가지 못하게 하고 혼자 가도록 놓아주었다.

하후무는 촉의 영채를 나왔다.
그대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길을 몰라서 도리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데, 바쁘게 마주 달려오는 몇몇 사람들을 만났다.
하후무가 묻는다.

"어디로 가는 사람들이냐?"

그중 한 사람이 대답한다.
"저희는 기현 백성들입니다.
강유가 제갈량에게 성을 바쳐 항복한 뒤로 촉장 위연이 성으로 들어와 함부로 불을 지르고 노략질을 일삼아서 집을 버리고 상규땅으로 달아나는 길입니다."

하후무가 다시 묻는다.
"천수군은 누가 지키고 있느냐?"

내아이는 걸리고 계집아이는 품에 안고 몰려오는 백성들을 만나 다시 물으니, 그들 역시 앞서간 사람들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
천수성에 다다른 하후무가 성문을 두드리며 소리치자 성 위에 있던 사람이 그를 알아보고 재빨리 문을 열고 영접했다.

마준은 하후무를 보더니 몹시 놀라 절하며 그간의 안부를 물었다.
하후무는 강유에 관한 일과 오던 중에 백성들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마준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한탄한다.

"강유가 제갈량에게 항복할 줄은 몰랐구나!"

양서가 말한다.
"아마도 도독을 살려내기 위해 거짓항복을 했을 겁니다.

"하후무가 반박한다.
"강유가 이미 항복을 했다는데 그대는 무얼 보고 거짓투항이라는 겐가?"

이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어느덧 초경(밤 8시)이 지났다. 그때였다.

갑자기 성밖에서 촉군들이 몰려오는데 저마다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불빛에 보니, 강유가성 아래서 창을 든 채 말을 세우고는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하후 도독은 어디 계신가!"

하후무는 마준 등과 함께 성 위로 올라갔다. 강유가 결기를 세워 소리친다.
"나는 도독을 위해 항복했거늘 어찌하여 도독께서는 먼저 약속을 어기시오?"

기가 막힌 듯 하후무가 대답한다.
"네 위의 은혜를 태산같이 입었으면서 어찌하여 촉에 항복했느냐? 그리고 약속을 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강유가 맞받아쳐 말한다.

"도독이 내게 항복하라는 서신을 보내놓고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게요?
그래 제 한몸 벗어나기 위해 남을 모함할 수가 있소?
그러나 나는 이미 항복해 촉의 상장이 되었으니, 어찌 위로 돌아갈 수 있겠소?"

강유는 말을 마치더니 군사를 휘몰아 밤새도록 성을 공격하다가 새벽녘에야 돌아갔다.
사실 그는 진짜 강유가 아니라 공명의 계교에 따라 강유처럼 변장한 촉군이었다.
공명은 군사들 중에서 강유와 비슷하게 생긴 자를 내세워 일부러 밤중에 성을 공격하게 하여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그가 진짜 강유인지 아닌지 아무도 분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한편 공명은 군사를 이끌고 기성을 공격하고 있었다.
성안에는 양식이 넉넉지 않아 군사들이 제대로 끼니를 잇기 어려웠다.
강유가성 위에서 보니, 촉군들이 크고 작은 수레 가득히 군량과 마초를 싣고 위연의 영채로 나르고 ㅆ었다.

강유는 버티지 못하고 겨우 길을 뚫고 성을 향해 달아났다. 그런데 강유가 성으로 돌아와보니 어느덧 성 위에는 촉의 깃발이 꽂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촉군의 군량을 빼앗으러 성을 비운 사이에 위연이 손쉽게 점령해버렸던 것이다.

할 수 없이 강유는 혈로를 뚫고 천수성을 향해 달아났다.
수하에는 겨우 10여기만이 뒤따르고 있었는데, 도중에 또다시 장포를 만나 한판 싸움을 벌인 탓에 이제 그를 따르는 군사는 한명도 없었다.
강유는 필마단창(匹馬單)으로 천수성 아래 이르러 큰소리로 문을 열라고 외쳤다.
성 위의 군사들이 강유를 알아보고 마준에게 아뢰니, 마준이 말한다.

"저자가 나를 속여 성문을 열게 하려는 것이다."

마준은 영을 내려 사정없이 화살을 쏘도록 했다.
당황한 강유의 뒤로는 촉군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강유는 급히 말머리를 돌려 상규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유가 상규성 아래 다다르자 또 양건이 성 위에서 내려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나라를 배반한 역적놈이 여기는 웬일이냐?
감히 나를 속여 우리 성을 빼앗으려고 온 모양인데, 나는 이미 네놈이 촉에 항복한 사실을 알고 있다!"

양건은 군사들에게 명을 내려 강유에게 마구 화살을 날렸다.
강유는 무어라 변명도 못하고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머리를 돌렸다.



강유는 장안을 향해 말을 달렸다.
몇리 못 가서 수풀이 우거진 큰숲에 다다랐는데, 그 속에서 함성이 터져오르더니 수천명의 군사들이 달려나오며 길을 막는다.
촉장 관훙이었다.
강유는 이미지칠 대로 지쳤고 말까지 피곤한 터라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려는데, 갑자기 작은 수레 한대가 산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수레 위에는 윤건에 학창의를 입고 손에는 깃털 부채를 든 진인(人, 참된 도를 깨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바로 공명이었다.
공명이 강유를 향해 말한다.

"백약은 어찌하여 아직도 항복하지 않는가?"

강유는 곰곰이 생각했다. 앞에는 공명이요 뒤에는 관흥이 버티고 있어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마침내 말에서 내리더니 땅에 엎드려 항복했다.
공명이 황급히 수레에서 내려 손수 강유를 일으키며 말한다.

"내가 초려를 나온 이래 현자를 구해 평생의 배운 바를 전하려 했으나 지금껏 사람을 얻지 못해 자못 초초 근심으로 시름겨움하던 터에 이제 백약을 만났으니
내 소원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로다."

강유는 감격하여 그 자리에 엎드려 절하며 사례했다.



"그대들에게 상규를 취할 계책이 있는가?"

양서가 말한다.
"상규는 바로 저의 친동생 양건이 지키고 있으니, 가서 항복하도록 타이르겠습니다."

공명은 크게 기뻐했다.
그날로 양서를 상규에 보내니, 양서는 양건을 설득해 성문을 열게 하고 공명을 맞이했다.
공명은 양서 등의 공로에 후한 상을 내린 다음 양서를 천수 태수로 삼고, 윤상을 기성현령으로, 양건을 상규 현령으로 삼았다.
그러고 나서 공명은 다시 군마를 정비해 떠나려 했다.

이때 여러 장수들이 한결같이 묻는다.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하후무를 사로잡으러 가지 않으십니까?"

공명이 웃으며 답한다.
"하후무 한 사람을 놓아준 것은 오리 한마리 놓아보낸 것에 지나지 않소.
그러나 이제 백약을 얻었으니 이는 바로 한마리 봉황을 얻은 격이오."

이로써 공명이 천수·기성·상규 세 성을 얻으니 그 위엄과 명성은 더욱 높아져서 멀고 가까운 주군(州郡)들이 풍문만 듣고도 귀순해왔다.
공명은 한중의 군사를 정비해 거느리고 기산(山)을 거쳐 위수(水) 서쪽에 다다랐다.